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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은 학원 선생들이 모여서 회식을 하는 날이었다. 응미시험을 일찍 끝내고 나와서 차를 얻어타고 청주로 향했다. 늦은 저녁을 먹고, 처음 보는 얼굴들과 인사를 하고, 2차를 가서 소주에 맥주와 콜드 포도를 섞은 기괴한 칵테일을 먹었다. 안주는 맛이 없었다. 새로 오신 여선생님이 정외과 전공이라 뜻이 맞아서 현정권 이야기를 안주삼아 잘 씹어먹었다. 당구를 적당히 치고 친구네 방에서 대충 널부러져서 잤다. 일어나서 맛없는 짬뽕으로 해장을 하고, 오후에 학교에서 출발하는 촛불집회 상경버스를 타기 위해 다시 대전으로 왔다. 45인승 버스 한 대에 카이스트생, 충남대생, 다음카페 일원들이 모여서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학교내 민노당지지자들과 한총련들이 주축이 되어서 미친소 반대 노래가사를 나눠주고, 영상물을 틀어줬다. 시청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인파가 모여서 앉아있었다. 민주노총이 방송차를 끌어다가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점점 사람이 늘어났고, 그래서 자리 좁혀주고 그러다보니 날이 어둑어둑. 자유발언, 공연 같은게 계속되다가 청와돼 근방에서 집회하던 100여명의 연행 소식을 듣고 전부 일어났다. 검역주권과 이메가 개념은 안드로메다 피켓을 따라 청계천 다리를 네 번 정도 건너고 광화문 세종로에 이르렀다. 시간은 11시를 넘겼고, 당일 돌아갈 사람이라 버스를 타고 대전으로 다시 내려와야했다. 졸업논문이 걱정되어 두 시간 정도 프로그램 코딩을 손보다가 책상에서 떡실신하고, 세시간 정도 후에 정신챙겨서 씻고 다시 침대에서 제대로 잤다. 열시 반에 일어나, 씻고, 아버지와 점심약속을 위해 쪽문으로. 아버지의 새로운 사업 동료라는 처음보는 남자와 같이 참숯갈비를 먹었다. 역시 맛은 없었다. 다음주까지 처리해야 할 일이 하나 늘어났고, 술기운이 오른 아버지와 정치 얘기를 하면서 조금 언쟁을 했다. 나와서 택시를 태워 보내드리고 엔들리스로드를 걸어 기숙사로 오는데 속이 거북하고 땀이 줄줄 흘렀다. 기숙사에 도착해서 구토와 설사를 하고 샤워를 하고 조금 자다가 일어나서 인터넷을 보니 '살수차 직격 실명', '폭력 진압', '80년대의 재래'등의 키워드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다시 어지러워져서, 조금 누워있다가, 아라에 글을 몇개 싸질르고 나니, 공허했다. 이글루에 이렇게 줄줄이, 단락구분없이 싸질러도 역시 그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는다. 쓸쓸한 주말이다.
"대한민국의 성장통이다." 그렇게 말했다. 그러리라고 믿고 싶다. 시청 광장을 메운 십 만의 다른 사람들을 볼 때만 해도, 금방이라도 세상이 변할 것 같았는데. 청계천 다리를 세 번쯤 건널 때에 "당신들 때문에 차가 막혀서 집엘 못가잖아!" 라고 차창을 열고 고함치던 노인의 표정을 보고 나니, 그저 씁쓸해질 뿐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이명박을 지지하고, 나의 촛불집회 참가를 맹비난하는 아버지와의 대화에서도. 내가 본 것은 역사의 한 장면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허깨비를 본 것일까. 다시 또 나는 어지러워진다. ![]() 전국적으로 확산된다. 이제는 장기전을 대비하는 축제가 되어가고 있다. 이렇게까지 하는데 아직도 배후세력 운운하고만 있을 수는 없을 것. 이것은 명백히, 자생적이다. 내일, 학교에서 차량을 빌려타고 서울로 올라간단다. 나도 거기에 묻혀 가기로 했다. 역사의 현장을 두 눈으로 확인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으리라.
아침까지 밤을 새며 시험공부..는 훼이크고 이것저것 시간을 보내다가, 책상에서 한 시간 정도를 잠들었다. 일어나서 과기사 시험을 보고, 예정된 밀담이 실패로 돌아가 과도를 방황하고, 기숙사로 귀환. 휴게실에서 적당히 나쵸를 씹어먹으며 채널CGV를 돌렸더니 이 영화를 하고 있었다. 「밀양」
![]() 종교, 기독교를 주로 보고자 한다면. 맹신 혹은 광신의 헛점을 예리하게 찔러준 것 같아 통쾌하다. 절대자 '하나님'을 믿고, 그의 가르침에 의해 원수를 용서해 주러 갔는데, 웬걸, 그놈도 이미 '하나님'의 가르침과 용서를 받고 회개했단다. 이런 아이러니는 결국 한 인간을 미치게 한다. 종교의 태생적인 ─인간의 나약함이 오랜 세월동안 만들고 키워 온 정신 문화 덩어리로서의─ 불완전함이 낳은 소산물이다. 지난 화요일 20일에 DB수업을 가는 길에, 교양분관-태울관 사이에서 전도 활동을 하는 개신교 여학생 한 명이 들러붙었다. 전산동까지 동행하며 설파를 했는데, 정말 이 쪽 사람들과 말할 때마다 느끼는 '벽'을 그 사람도 갖고 있었다. 성경무오론에서 시작하는 그 정신 세계는, 대화를 하고 싶어도 어찌 할 도리가 없다. "나약한 자신을 뒤로 하고, 삶의 희망을 재정의하라, 주님과 함께!" 이런 대담한 스테레오타이핑에, 나의 반박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정치를 보고 싶다면, 이쪽은 좀 더 감독의 개인사와 맞닿아 있다고 보는데. 마침 대통령도 소망교회 장로이고, 보수세력이 싹 다 헤쳐먹은 십팔대 국회이고 하니 도식화하기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납치 살해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살아 절대자의 가호를 온몸으로 느끼는 피해자와 가해자는 광주와 전두환을 대입하면 되겠고. 주인공의 시련이 보수 기득권층에 진입하려다 실패한 감독 자신을 말하는건지, 아님 단순한 노빠심의 발로인지는, 논란거리로 남겨두는게 재미있을 것이다. 기독당이 비례대표 2%를 넘게 득표한 걸 보고 이놈의 나라는 정말 답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나라의 정치-경제-사회-종교는 유독 끈끈하게 결합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물질 문화와 정신 문화의 분리를 구태의연하게 들먹이지 않더라도,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같은 진부한 표어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그대가 무지하지 않은 식자라면 무엇과 무엇의 구분은 좀 제대로 해주길 바란다. 어, 근데 결론이 이상하네. 분명 나는 개독을 까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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