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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노무현
김대중이 숨을 거두었다 한다. 노무현의 죽음이 가져온 파급효과가 채 잊혀지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라 만감이 교차한다. 솔직하게 말해, 언급한 두 대통령의 죽음은 안타깝다. 더러운 한국 정치판에서 조금의 옆걸음이었을지는 몰라도, 그들의 치적은 결과론적으로 볼 때 전례없었다고 할 정도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지금, 이명박의 복고 공화정(좋게 말하면 복고 공화정이고), 까놓고 말해 '삽으로 생각하는 정치'를 바라보고 있자니, 죽은 두 사람의 결점까지 봐 줄 만한 수준으로 격상되는 듯한 느낌이라 더더욱 안타깝다.

뜬금없지만, 내 얘기를 조금 해볼까.

나의 정치성향은 대학교 초반까지만 해도 일정한 형태를 띄지 않았다. 그저 막연히 아버지와 어머니가 한나라당을 찍으니 그 당이 좋은 당인가보다 했다. 어머니는 동네 한나라당 의원 사무실에서 활동도 하셨고, 아버지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한나라당에 충성심을 갖고 있는 분이었다. 돌이켜 보면, 어머니의 그런 활동은 딱히 한나라당이 좋아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고 지역사회내의 어머니의 입지(보험영업이니 정수기영업이니 다단계니 뭐니 해서 어머니가 벌려놓은 판이 많았기 때문에)를 위한 인맥 인프라 구축의 도구로서 활용되었던 것 같다. 덕분에 요즘에 가끔 집에서 뉴스를 같이 보며 내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드리면 그런가보다 하고 수긍하신다...랄까 원래 정치에 관심이 없던 분 같지만. 반면에, 아버지의 경우는 조금 특이한데. 원래 보수적인 거라고 자신을 평가하시긴 하나, 아버지 한나라당은 보수가 아니잖아요, 라고 말해봐야 이미 예전에 충성을 맹세하셔서 이제는 더이상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뭐, 왕년에 금전적으로 부유하던 시절의 아버지는, 로얄클래스로서 한나라당의 기득권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고는 한다. 그런데 지금은? 지금의 나의 아버지는 더이상 로얄클래스도 아니고 부유하지도 않다. 오히려 서민중에서도 중하위권 레벨에 속한다. 하지만 여전히 한나라당에 대한 충성도는 높다. 왜 그런가 여쭤도 보고 술먹으면서 말싸움도 하고 설득도 시도해보고 했지만 몰라 뭐임마 국회의원은 한나라당이야, 이런 식으로 말이 흘러가니 답이 없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를 더 이상 존경하지는 않는다. 인간적으로는 응당 사랑해드려야 할 분이지만. 이런 점에서 나는 좀 냉정한가.

군역을 마치고 복학한 후에야 비로소 나의 정치성향이 결정되었다. 나는 스스로를 진보라고 자청하지만, 보수적 가치를 배척하지는 않는다. 국가의 평온을 유지하기, 국수주의, 외교상의 자국 우선, 이런 것들 좋지 아니한가. 더구나 한국은 한국인의 내셔널리즘과 뗄 수 없는 관계이므로 보수가 어울리는 나라이기도 하다. 문제는, 보수를 자처하는 한국의 정치세력이 사실은 나라를 팔아먹으려는 성향을 갖고 있는데다가, 국가의 안위가 아니라 기득권의 안분지족과 금전탐닉에만 관심을 갖는 인간들로 구성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구라는 말이 나왔고, 이들의 머리는 굳게 고체화 되어 뭔놈의 말이 통하질 않으니 꼴통이라는 후위수식어를 덧붙여도 제법 잘 어울린다. 정치의 시작이 이승만과 자유당 정권부터 뒤틀린 상태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어찌보면 한국의 기득권층이 보수를 자처하지만 실제로는 고인 물처럼 썩어있는 이유도 설명이 잘 된다.

유신독재와 군사정권을 지나, 경제의 파멸의 인도자 김영삼까지의 한국 정치사는 일단 성장통이라고 본다. 그 이후에 등장한 김대중과 노무현을 지금에 와서 평가하면, 이제야 수구스럽지 않은 보수정을 펼쳤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완벽하지는 않았다. 당연하다. 그들이 저지른 잘못도 크다. 그런데 거시적으로 보면 그 둘이 '그나마' 자국을 우선적으로 생각했음은 틀림없다. 통계가, 지금 살고 있는 현실이 그것을 반영하지 않는가.

그래서, 김대중과 노무현의 죽음은 더욱 슬픈 것이다. 김대중의 부고가 떨어지자마자 시청과 청계천을 봉쇄하는 경찰들을 보며 만감이 교차한다. 복고 공화정은 어디를 목표로 달려가는 것인지...
by D˙Arcy | 2009/08/19 00:42 | Lit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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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달과자 at 2009/08/25 22:59
분향소 앞 방명록에 이름 적으면서 좀 열받았습니다. 저는 정치적인 인간으로 변하는 것이 싫어요. 그런데 자꾸 정치적이 되지 않으면 열받아서 못살겠어요.
Commented by D˙Arcy at 2009/08/27 00:18
우리나라의 성장통이라고 생각합니다..마는, 그 기간이 왜 이다지도 긴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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